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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맞게 풀어쓴 ‘노예의 길’

이인혁 | 2016-01-05 | 조회수: 3,637
도서명딱 맞게 풀어쓴 ‘노예의 길’
저 자송상우, 이유진
출판사자유경제원 (2015.12)
추천인이인혁


 서평 : 지금, 우리가 '노예의 길’ 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리스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한 노상강도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는 아테네 교외에 살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와 침대에 눕힌다. 만약 행인이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버리고, 침대보다 짧으면 다리를 늘린다. 이처럼 자신이 설정한 기준을 다른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적용시키려고 하는 행태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부른다.


사회주의 체제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보편화하는 것과 같다. 개인, 개성, 다양성의 가치는 사라지고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기준만 남는 것이다. 또한 사회주의는 계획경제체제를 의미한다. 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향유해나갈 여지는 사라지고, 중앙에서 설정된 '옳은 길’에 따라야만 하는 것이다. 하이에크는 구성원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하고, 그들 모두의 지지를 받는 하나의 길을 설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의 '치명적 오만’이라고 말한다. 결국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구성원들의 자유는 사라지고 만다. 즉, '노예’의 상태와 다름없어 지는 것이다.


원저 <노예의 길>을 저술한 하이에크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간 이념적 대립이 심했던 20세기에 살았다. 당시 사회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그의 예리한 통찰은 유효했으며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미 동구권 국가들의 몰락을 경험했고,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이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를 경고하는 이 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저자 송상우가 쓴 '딱 맞게 풀어쓴 노예의길’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노예의 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준다. 그는 먼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적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 대선에는 여야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던졌던 점, 보편적 복지 정책이 점점 증가하는 점, 사회적 경제기본법 · 청년수당 정책 등이 추진되는 점 등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그는 자유주의에 대한 여러 오해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구체적으로 저자가 지적한 오해와 왜곡의 사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는 '독점’이라는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또한 '독점’이란 시장 실패의 결과물이며,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한 명의 공급자가 10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독점이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된 독점은 해당 기업이 소비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만약 경쟁자가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독점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이를 해결하겠다고 인위적으로 점유율을 조정하고 가격을 통제하면 시장의 질서는 무너지고 소비자의 효용은 감소한다.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임금 지불 수준은 한정되어 있는데, 인위적으로 정규직을 늘리면 전체 고용은 줄어든다. 또한 남은 비정규직의 처우는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보장해주는 영역은 특권이 되고, 특권이 증가할수록 이에서 배제된 집단들의 위험은 증대된다. 즉, 특정 계층을 보호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거기서 배제된 나머지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된다. 복지정책에 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거시적으로 법과 제도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룬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합의에 기초한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 다수가 하나의 안건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보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수가 합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서, 어떤 분야의 기업을 얼마나 지원할지를 논할 때는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이에크는 민주주의를 '마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디로 갈지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을 함께 떠나기로 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합의로 결정해야 할 일들을 줄여야 한다. 대신 개인이 자율적 판단에 의해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을 늘려야 한다. 만약, 민주주의라는 기치 하에 개인의 세밀한 영역까지 다수의 합의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민주주의는 요리사의 칼이 아닌 강도의 칼로 변모할 수 있다.


법에 대해서는 하이에크는 형식성과 안정성을 강조했다. 형식적 법이란 교통규칙에 비유될 수 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실질적 법은 얼마의 속도로 어느 목적지에 언제 도착할지의 경로를 지정해주는 구체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전자의 규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야 개인의 자유는 보존될 수 있다. 또한 법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개인이 자신의 인생을 원활하게 계획해 나갈 수 있다.


사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경고는 공허한 외침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유를 잃는 순간 곧 우리는 노예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현재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자유를 '상생’, '경제민주화’ 등의 이름으로 제3자에게 맡기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책을 읽고 모두가 진정한 노예의 길이 무엇이고, 번영의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목차 


노예의 길 / 자유주의의 핸드북(Handbook)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 자유주의는 개인주의

자유주의자 / 자생적 질서를 최대한 활용하는 사람

경쟁 / 지식을 발견하는 최고의 수단

사회주의는 계획주의다
민주주의, 자유를 위한 수단일 뿐 / 제한적 민주주의, 디마키(Demarchy)

법의 지배 / 형식적이고 안정된 법이면 그만

독점은 누가 만드는 걸까 / 시장 아닌 국가

복지국가의 실체
경제성장 / 최고의 갈등해결책


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복종해야 할까 / 개념적 돌파가 필요한 이유

하이에크의 생애

지금 하이에크를 읽어야 하는 이유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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