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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전쟁 - 정명운동 -

나광호 | 2016-04-22 | 조회수: 2,853
도서명용어전쟁 - 정명운동 -
저 자현진권 편저
출판사북앤피플 (2016.04)
추천인나광호

 서평 


이름을 바로세우는 것 즉, 정명(正名)에 대하여 공자와 그의 제자 자로가 질의응답을 하였다. 그때 공자는 “반드시 이름을 바로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이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자로는 그것은 현실정치와는 너무 동떨어진 추상적인 것이라고 하며 반박하였다. 분명히 공자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이름이 바로 되어있으면 어떤 사물인지, 그 관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쉬워지고 그렇지 않으면 그 이름의 실재가 달라져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어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야기할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내포하기 때문에 이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처음 만들 때도 그렇지만 끊임없이 용어와 그 사용, 수식어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면 ‘newliberalism’과 ‘neoliberalism’이 똑같이 신자유주의로 번역되어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나 공짜도 아닌데 무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같은 경우가 있다.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사회주의는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이 이름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름을 바로 세우든 바로 세우지 않든 정치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했던 자로의 주장이 더 적실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용어가 왜곡되는 것은 이름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해석을 잘못 하였거나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해석을 잘못 한 경우에는 교정의 여지라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용어를 왜곡시키는 경우에는 (정략적)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명의 문제를 넘어선다. 또한 애초부터 취지, 목적을 숨기기 위하여 은신술에 준하는 작명을 하는 경우에도 이름이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어차피 이름은 위장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 드러난 경우가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천지차이로 보이는 둘의 본질은 사실 같다.


이러한 논지를 확장시키면 이름을 바로 하는 것보다 이름, 즉 표상이 품고 있는 관념을 문제 삼아야한다는 명제가 도출된다. 다시 말해 표상이 무상급식이든 보편적 복지든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복지가 필요하지 않은 계층에게까지 복지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신자유주의를 왜곡하고 공격하려는 사람들과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에 의해 양극화 등의 이미지가 생겨나고 퍼진 것이지 신자유주의가 그러한 개념들을 포함하는 용어이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한국사회가 시장, 사(私), 경쟁 등에 대하여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우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으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그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사람들은 사농공상의 유교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었고 조선은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이 설 땅이 없는 사회였다. 그리고 건국 당시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심정적으로 사회주의를 지지했고 386세대 등 좌익세력들이 대한민국의 정치, 교육, 언론, 학계를 장악했다. 즉 사람들이 ‘이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거나 싫어하는 것이지 이름이 실재를 나타내지 못한다거나 잘못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 이름을 바로 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약간의 인식 재고효과가 있을 수는 있으나 일감 몰아주기를 내부거래로 바꾸면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내부거래 과세’로 바뀔 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명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슷한 용어라고 해도 하나는 사실관계에 부합하고 하나는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시장에서는 기업이 70%의 소비자를 특정하여 물건을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70%의 소비자가 그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설명이 되기 때문에 같아 보이지만 시장점유율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것이고 소비자 선택율이라는 용어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이치에 맞는다.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언어는 존재의 집이고 인간은 사물 혹은 관념을 명사의 형태로 인지하기 때문에 왜곡된, 의도된 용어가 적다는 것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용어의 해석과 사용에 대해서도 각별히 신경써야겠지만 그에 앞서 우선 이름을 잘 짓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타인을 ‘선동’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목차 


발간사-핵심은 정명(正名)이다 /송복

이렇게 정명(正名)하자


1부 왜 정명(正名)인가 - 용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분열과 왜곡의 출발: 오염용어에 휘둘리는 사회 /현진권
 ‘사상’ 정명 /신중섭
 ‘경제’ 정명 /김이석


2부 바른 용어가 바른 정책을 만든다 - ‘경제분야’의 정명
 ‘기업’ 정명 /조동근
 ‘노동’ 정명 /남성일
 ‘조세’ 정명 /현진권
 ‘복지’ 정명 /임병인


3부 바른 용어가 바른 정책을 만든다 - ‘사회분야’의 정명
 ‘정치·사상·역사’ 정명 /유동열·강규형
 ‘정치’ 정명 /김인영
 ‘교육’ 정명 /전희경
 ‘문화’ 정명 /조우석


4부 법률의 정명이 정도(正道)를 만든다
 헌법의 정명(正名), 왜 중요한가 /김상겸
 ‘공정거래법’ 용어가 불공정하다 /전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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