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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찬가

나광호 | 2016-04-07 | 조회수: 2,604
도서명피렌체 찬가
저 자레오나르드 브루니 저, 임병철 역
출판사책세상 (2002)
추천인나광호

 서평


『피렌체 찬가』는 크게 지정학적 요소를 포함한 피렌체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서술, 로마로부터 이어져온 공화정, 정치구조 및 정치문화 그리고 대외정책 이렇게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먼저 강대국 밀라노를 막아내는 등 격동의 시기에 북이탈리아에서 살아남고 명성을 떨쳤던 것을 미루어 볼 때 실제로도 입지가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항구도시는 저자의 주장처럼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로마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면 항구도시가 아니었던 점이 피렌체에게는 다행이었을 공산이 크다. 다만 내륙도시와 항구도시의 흥망 중 항구도시가 위협받고 멸망한 사례만 언급한 것은 내륙도시 피렌체를 강조하기 위하여 지나치게 편향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고대 로마의 역사를 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타키투스를 비롯하여 공화정이 좋은 시기였고 제정 시대에 이르러 로마인 본연의 ‘virtue’를 잃고 타락했다는 관점과 이미 그 전에 공화정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관점이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저자는 로마에는 (시민적)자유가 사라진 제정 시대를 비판하면서 악명이 높았던 황제들을 언급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두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우선 오현제를 비롯하여 ‘좋은 황제’들은 한 사람도 언급하지 않았고 저자가 비판했던 황제들 중 적잖은 수가 후대의 학자들을 통하여 명예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화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기 전의 로마의 상황에 대하여 애써 외면한다는 것이다. 당시 공화정은 시민권문제로 인하여 발생한 동맹시 전쟁, 원로원의 초법적 횡포로 무산 시켜버린 농지개혁, 군벌들 간의 내전 같은 굵직한 문제들을 단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포에니 전쟁 이후의 거대해진 로마에서는 대다수의 시민이 민회에 참석할 수 없었고 ‘원로원 계급’이 아니면 엘리트가 되는 길은 군인으로 성공하는 것 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자유의 상당부분을 침해 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 중 상당수는 카이사르가 등장한 이후에 해결 혹은 해소되었다. 즉, 공화주의자들이 애타게 부르짖는 ‘리베르타스’(자유)는 정작 공화정에서 더욱 보장되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공화정의 위기를 넘긴 상당수의 경우는 독재관 혹은 그에 준하는 권한을 위임 받은 인물들이었고 그 때마다 공화정의 무력함을 느꼈다는 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공화정 피렌체가 마주쳤던 적이 밀라노를 비롯한 전제군주정을 택한 국가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피렌체가 역시 공화정을 채택하고 있는 베네치아와 물리적으로 부딪혔다면 공화정과 제정에 대한 관점을 유지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르네상스 시기에 도시 국가에 살았던 사람들은 제국 규모의 정치공동체에서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나 도시 국가 시절의 로마와 동일한 정치체제가 잘 작동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마치 인구 1000만명의 국가와 5000만명의 국가가 동일한 복지정책을 시행해도 된다는 것과 비슷한 주장이다.

국제정치학의 주류 이론인 현실주의의 개념들 중 피렌체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패권국’, 동맹, ‘균형’이다. 먼저는 고대 중국처럼 주변국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약소국에게 직간접적으로 지원하여 일종의 ‘형님 행세’를 하는 지역 패권국의 행동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특정 국가 혹은 이념 등 공통의 적을 상대하기 위하여 동맹을 맺고 함께 싸우는 것은 장단기적으로 국가안보를 증진하기 위하여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는 강한 쪽에 편승하거나 약한 쪽에 붙어 균형을 이루는 것 중 하나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데 피렌체는 대체로 균형을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균형을 선택한 것은 피렌체가 ‘정의의 사도’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주변국을 정복하는 국가가 약자를 보호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즉, 피렌체는 국제정치의 구조 속에서 자신들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한 방향대로 움직였을 뿐이고 그에 대하여 칭찬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똑같은 H2O지만 물과 얼음은 같지 않다. 부피도 다를뿐더러 액체와 고체는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 때 어떤 대상에 대하여 찬양한 것들은 마치 얼음과 같다. 특정한 대상에 대하여 부풀리고 약간 다르게 표현한다. 있는 그대로를 얘기하면 찬가라고 부를 수 없겠지만 부풀린 정도에 대해서는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80km/h로 움직이는 물체의 시각에서 같은 방향으로 70km/h로 움직이는 물체는 반대방향으로 10km/h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저자가 임의로 두 물체의 속도를 설정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저자가 찬양한 대상과 다른 대상을 비교하는 부분은 비판의식을 갖고 읽지 않으면 저자의 필력에 휘말릴 수 있다.



 목차

제1장 피렌체 찬가 ...11
1. 피렌체는 어떤 도시인가 ...15
2. 피렌체인들은 어떠한 선조들에게서 유래했는가 ...38
3. 피렌체는 이탈리아 최고의 도시가 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가 ...49
4. 왜 피렌체의 내부 조직과 제도가 존경받는가 ...73


해제 - 레오나르도 부루니의 시민적 휴머니즘과 <피렌체 찬가> ...85
1. 서론 - 레오나르도 부르니와 시민적 휴머니즘 ...85
2. 공화주의적 자유와 새로운 역사 인식 ...90
3. 레오나르도 부루니의 생애와 주요 저작 ...110
4. 결론 - 레오나르도 부루니, 최초의 근대인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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