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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이야기로 다시 쓴 대한민국 경제사

이유진 | 2016-08-24 | 조회수: 2,613
도서명대한민국 기업의 탄생-유중광에서 이수만까지 기업 혁신의 역사-
저 자김정호 지음
출판사북오션 (2016.8)
추천인이유진

 서평 


영국에선 산업혁명이 18세기에 일어났다. 한국은 20세기다. 한반도의 산업혁명이 영국보다 늦은 건 증기기관과 같은 발명품이 없어서였을까? 그것보단 제임스와트 같은 기업가가 없어서다. 어째서 기업가가 없었다는 걸까? 조선에도 임상옥·김만덕 같은 상인들이 있지 않았던가? 물론이다. 그런데 잠깐 있었다. 2016년 현재를 기준으로 한국 기업 중에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은 120년 된 두산이다. 한편 세계를 통틀어 현존하는 최고(最古)기업은 1438년 전 일본에서 문을 연 콘고구미(金剛組)라는 회사다. 재밌는 사실은 이 기업의 창업자가 백제의 도공 유중광이란 점이다. 그 옛날 이 땅에서 건너간 사람이 만든 회사가 아직도 영업 중이라니. 정작 한반도에 있는 기업은 제일 오랜 역사가 그 십분의 일도 안 되는데 말이다. 대체 뭣이 다르기에? 이 책 <대한민국 기업의 탄생>에서 저자 김정호가 포문을 열며 던지는 화두들이다.


역사는 위정자들의 이야기였다. 한반도의 사람들이 저를 개인으로 자각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지 않았으니 그럴 만하다. 경제사라 이름붙인 책을 들여다봐도 다르지 않다. 마치 정치사의 겉절이처럼 한국에 어떤 경제적 재앙이 닥쳤고 대통령이 무슨 경제 정책을 폈는지를 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때로 기업이나 기업가가 중심에 등장한 적도 있었다. 경제적 재앙의 원흉 또는 정경유착의 숙주로 고발되거나 아니면 사회적 자선가로 칭송되거나, 아무튼 그 본질과는 먼 일로 알려질 때였다. 그들의 업적이 각개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여기저기에 세워진 위인들의 동상처럼 너와 나의 연결고리를 찾기는 힘든 모양새였다. <대한민국 기업의 탄생>이 기존의 기업사를 다룬 책들과는 좀 다른 점이 여기 있다.


저자는 한국기업사·경제사의 비중을 국가의 정책 보다는 기업가 개인에 두었다. 널리 알려진 이병철·정주영·구인회·최종현 등 현대적 기업의 창업 1세대를 비롯해, 그것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운 이건희·정몽구·구본무 등 오너 2세대,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든 손길승·윤종용 등 비오너 전문경영인, 나아가 금융·교육·농업·서비스 분야의 김홍국·박현주·허영인·이수만·손주은 등 한국의 낙후된 산업에서 혁신을 일으킨 기업가들, 그 외에도 일제 치하 민족기업을 일으킨 사람들과 회사 문을 닫은 비운의 기업가들의 사연에 이르기까지 약 50여 명의 이야기를 한데 엮었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이 있다. 이 책은 그들의 업적을 그저 나열하고 기업 성패의 요소를 몇 가지 꼽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 이야기에 도식처럼 제기되는 의문에 저자는 정면으로 응수한다. 정경유착, 정치자금, 재벌 2세 경영권 승계, 친일파, 부정축재, 유전무죄, 비오너-전문 경영인 부재 등 피할 법한 문제들을 그와 연관된 기업가들 이야기 속에서 수시로 언급한다. 책의 말미에 이 문제를 따로 떼어 짚고 넘어가는 부분은 백미다.


역사는 모순투성이고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기업가도 다를 것이 없다고 저자는 피력한다. 정경유착을 판단하기에 앞서 정민유착을 제대로 이해하자거나, 한국에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거나, 법치의 진정한 의미는 유전유죄가 아니라는 등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놓는다. 데이터와 경험이 근거된 김정호식 자유주의 논리로 우리 안에 숨은 반기업정서를 솎아 낸다. 문장은 잔잔한데 들어 있는 내용은 상식을 뒤집을 때가 많아 불편할 수도 있다. 괜찮다. 너와 나의 지적 성장판이 아직 말랑하게 열려 있다는 증거다.


책의 결론은 기업가 정신이다. 일부 기업가나 자영업자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위치의 누구든 가질 수 있고, 그래서 누구나 혁신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운영하는 기업가이고, 혁신은 소소한 일상에서도 가능하다. 갖가지 이유 ‘때문에’ 포기하는 대신 그들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거듭한다면, 당장의 실패도 성공한 인생이 거치는 하나의 과정으로 삼을 수 있다.


“샐러리맨으로 시작했지만 월급쟁이 마인드를 탈피해 기업가적 삶을 산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꼭 대기업 사원이 아니어도 (심지어 공무원이어도!) … 지극히 사소한 업무에서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 … 낙후된 재래시장에서도, 동네의 영세한 식당에서도, 시골의 논과 밭에서도 기업가적인 혁신이 들불처럼 피어오르는 날 … 그때 비로소 한국은 또 한 번의 경제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50여 명의 기업가들 이야기만으로 우리가 현재 누리는 것들을 이해하긴 부족할 것이다. 저자도 더 많은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담지 못한 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다행히 이 책이 끝은 아니라고 한다. 기업가 열전 강의와 더불어 숨은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일이 저자가 추진 중인 장기프로젝트의 일부임을 머리글에서 넌지시 알리고 있다. 강의와 출판에 이어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는 뜻일까. 미리부터 기대가 된다. 거기선 또 어떤 혁신의 이야기가 펼쳐질지 그래서 나의 무지와 편견에 또 얼마큼 금을 낼지.



 목차 



책을 내면서 ·004


Part 1 - 기업가, 산업혁명을 이끌다

김홍국과 허영인, 농업과 프랜차이즈 혁명을 이끌다 ·016 

1세대 기업가, 한국의 산업혁명을 이끌다 ·019
제임스 와트와 록펠러, 영국과 미국의 산업혁명을 이끌다 ·022
한국의 산업혁명은 이래서 늦었다 ·025


Part 2 - 조선 상인들,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다

임상옥, 장사로 돈 벌어 곽산 군수가 되다 ·030
김만덕, 통 큰 기부로 의녀반수 벼슬을 얻다 ·035
신라와 고려, 상업이 성했다 ·040
조선, 상업의 불모지가 되다 ·043


Part 3 - 백제 장인, 천 년 기업의 조상이 되다

박승직, 조선 최초의 근대 기업가가 되다 ·048
백제 장인 유중광, 천 년 기업을 세우다 ·052
조선과 일본은 이렇게 달랐다 ·055
조선 도공, 세계 정상에 오르다 ·058
권력 독점이 문제였다 ·060


Part 4 - 기업가, 민족의 이름으로 기업을 시작하다

춘원 이광수,‘대군’을 예언하다 ·064
김성수, 최초의 대기업을 세우다 ·066
김연수, 글로벌 기업을 키우다 ·069
박흥식, 창조경영을 이끌다 ·072
청년기업가들이 자라나다 ·080


Part 5 - 기업가, 결핍에서 세상을 구하다

해방, 경제적 결핍을 가져오다 ·084
기업가, 정크무역에 나서다 ·087
기업가, 폐허에서 기회를 발견하다 ·090
기업가, 버려진 시설을 살려내다 ·092
기업가, 국산화를 시작하다 ·094
1950년대의 대표적 기업가들 ·096
김일성, 기업가 대신 과학자를 택하다 ·102


Part 6 - 기업가, 세계로 나가 거인이 되다

박정희, 해외 시장이라는 멍석을 깔다 ·106
정주영, 거침없이 꿈을 이루다 ·110
이병철, 초일류 기업의 기반을 닦다 ·115
김우중, 세계를 경영하다 ·120
구인회와 구자경, 군자답게 경영하다 ·127
최종현, 10년 앞을 내다보다 ·133
신격호, 유통과 관광 혁명을 이끌다 ·141
조중훈, 수송 비즈니스로 성공하다 ·145
서성환-서경배, 아름다운 기업을 만들다 ·149


Part 7 - 초일류 기업을 이루다

한국에도 초일류기업이 등장하다 ·156
이건희, 초일류 기업의 꿈을 이루다 ·158
정몽구, World Best Car를 만들다 ·165
구본무,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다 ·170


Part 8 - 블루오션을 창조하다

낙후된 곳에 미래가 있다 ·176
윤석금, 세일즈맨답게 기업을 하다 ·180
손주은, 명강의 대중화 시대를 열다 ·184
허영인, 제빵 프랜차이즈 혁명을 이끌다 ·188
김홍국, 농기업 혁명을 이끌다 ·193
이수만, 엔터테인먼트 혁명을 이끌다 ·198
박현주, 세계적 금융기업으로 발돋움하다 ·204
성기학, 섬유산업을 미래산업으로 만들다 ·208


Part 9 - 전문경영인, 샐러리맨의 신화를 쓰다

손길승, 오너 기업의 회장이 되다 ·214
샐러리맨, 당당해지다 ·219
정수창, 최초의 전문경영인 회장이 되다 ·222
이명박, 샐러리맨을 넘어 대통령이 되다 ·226
김선홍, 오너 같은 전문경영인이 되다 ·230
윤종용, 삼성전자 혁신을 이끌다 ·236
전문경영인, 성공의 조건들 ·239


Part 10 - 기업가, 교도소 담장을 걷다

김철호, 명성그룹을 강탈당하다 ·246
양정모와 최순영, ‘그걸’ 안 준 것을 후회하다 ·249
기업가는 도덕군자가 아니다 ·254
정경유착, 이렇게 보라 ·259
정서는 프레임에 따라 달라진다 ·263
정치인들, 대중의 반기업정서를 악용한다 ·268
기업인도 대중 정치를 해야 한다 ·273


Part 11 - 기업가, 아버지를 넘다

2세·3세 승계가 보편적이다 ·278
실패를 하고 성공도 한다 ·281
본능말고 다른 이유도 있다 ·285
대한전선, 전문경영으로 망하다 ·288
유한양행, 유일한 이후 부진하다 ·292
오너 경영의 성과가 높다 ·297
이래서 미국과 영국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가능하다 ·303


Part 12 - 다시 기업가 정신이 충만케 하라

혁신적 기업가 정신만이 답이다 ·308
기업가가 되기로 결단하라 ·311
김종훈과 닥터 셰티를 본받으라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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