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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

황단비 | 2016-08-11 | 조회수: 3,472
도서명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
저 자계승범
출판사역사의아침 (2011.12)
추천인황단비

 서평 


대한민국에서 선비는 아이돌이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선비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사람이 많다. ‘선비’라는 제목을 단 책도 1달에 1권 이상 출판된다. 선비와 무관한 내용의 책에도 선비가 제목에 등장한다. 선비가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500년 전의 계급 집단에 열광하는가. 선비가 추켜세워질 가치가 있는 집단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생길 정도다. 이제는 선비를 있는 그대로 봐야할 때다.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는 편협한 평가에서 벗어나, 선비의 실체를 분석하고 평가한다.


대중들은 선비를 지식이 출중하나 벼슬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사익을 경계하고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신화 속에 나올 법한 ‘신선’에 가깝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역사적 관점에서 선비는 독점적 지배 엘리트 계층이다. 선비들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정치 현실에 개입하고 부와 권력을 독점했다. 대중의 눈에 비친 선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 책 역시 역사적 관점에서 선비를 평가한다. 선비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평가를 의심해야한다. 지금까지 선비는 ‘성인(聖人)’으로 평가되어왔다. 고고하고, 고결하고, 기품 있는 사람. 온갖 좋은 말로 수식된다. 선비가 그렇게 대단한 집단이었을까.


아이러니한 것이 있다. 조선왕조 500년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 유교라는 사유체계를 바탕으로 고차원의 정신을 함양한 국가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반면, 주자학적 세계관에 갇혀 멸망의 길을 걸은 국가라는 평가도 있다. 유교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고결한 정신이라는 호평도 있으나, 근대화에 걸림돌이 되었다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유일하게 선비에게만 호평 일색이다. 선비들이 500년 간 독점한 사회와 그 사회의 유일한 이데올로기에 있어서도 평가가 엇갈리는데 선비에게만 일관된 평가가 내려진다. 선비의 특정한 측면을 보고 그 전체 이미지를 구성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볼 만 하다.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선비는 환상 속 인물이다. 선비는 속세를 떠나 도를 닦는 신선이 아니다. 정치인에 불과하다. 한 시대의 지배 계층을 현란하게 비판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역사 속에서 선비를 분석하다 보면 비판할 수밖에 없다. 유교 정치 이론에 기대어 현실을 바라보지 못 한 것. 상업을 천대하고 사익 추구를 부정한 것.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빠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한 것.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도 당쟁(黨爭)에 눈멀어 현실에 대응하지 못 한 것. 조선 패망의 원인이 ‘선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비의 실체를 모르거나 부정한다. 안빈낙도, 멸사봉공, 지조와 절개. 인간으로서 좋은 것은 모두 갖추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한다. 혹자는 선비 정신에 민족 정체성이 담겨있다며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당대 조선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 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안빈낙도는 민족 정체성이 아니다. 당대 엘리트 지배층의 전유물에 불과하다. 가난에 구속되지 않고 도를 즐기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자’들만이 할 수 있다. 당장 먹고살 것이 없어 죽어가는 상황에서 여유롭게 노니는 행위는 그림의 떡이다. 안빈낙도의 실체는 지배층이 백성을 착취하여 축적한 재산으로 풍류를 즐기는 것이었다.


멸사봉공 역시 조선 멸망의 원인에 지나지 않는다. 멸사봉공은 선비 정신의 기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비가 얼마나 한심한 집단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애초에 지배 계급부터가 사익추구에 혈안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당쟁이다. 싸움에 눈멀어 안보, 민생, 외교 모든 것을 도외시했다. 결과는 조선 멸망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대한민국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정체성으로 하는 근대 국가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선비 정신이 아니다. 자유 정신을 배워야 한다. 현재의 것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때 빛을 발하듯, 과거의 정신 역시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 전통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이제 선비를 역사 속으로 놓아주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우리가 아는 선비는 사라진다. 선비가 사라진 자리에 대한민국의 정신이 자리 잡기를 고대한다.



 목차 


프롤로그: 선비 천국


1장 역사를 보는 눈 

쉽고도 힘든 인물 평가 | 너무 일방적인 선비 평가 | 선비정신의 탄생

2장 선비 덕목과 조선 선비의 실상
선비의 조건 | 지조와 의리 | 청빈과 안빈낙도 | 공선후사와 극기복례 | 조선 선비의 실상

3장 검증된 바 없는 유교 이론
수신·제가·치국·평천하 | 덕치와 교화 | 상고주의 | 왕도와 신도 | 군자와 소인

4장 선비가 꿈꾼 나라, 그들이 만든 나라
차별의 나라: 서얼 | 또 차별의 나라: 노비 | 새로운 차별의 나라: 여성 | 철저한 차별의 나라: 명분 | 특권층의 나라: 양반 | 소인배의 나라: 작당 | 가난한 나라: 곤궁 | 모화의 나라: 소중화 | 상복의 나라: 장례와 제사

5장 유교적 선비와 21세기 대한민국
유교사회: 조선 버전의 세계화 | 트라우마: 식민지 경험 | 무서운 도박: 유교 부흥 운동 | 본말전도: 유교자본주의 | 견강부회: 유교민주주의
소통의 부재: 선비권력의 유산


에필로그: 이제 그만 선비를 역사로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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