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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 (IV) 자유와 법치

정재청 | 2015-01-02 | 조회수: 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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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法治)란?

 

법치란, 사람이 아닌 '법에 의한 지배’를 원리로 하는 통치로서, 지역이나 종교, 인종, 민족과 상관없이 법에 따라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차별 없이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래서 법에 의한 통치가 정의롭고, '법이 곧 정의이며, 정의가 곧 법’이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법과 관련된 영어 표현에서는 'Ministry of Justice(법무부)’, 'Court of Justice(사법재판소)’ 등 '법(Law)’이라는 단어 대신 '정의(Justice)’라는 단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법치,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자

 

개인이 누려야 할 자유라는 권리도 타인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즉, 법치 안에서라야 정의롭게 보호되고 유지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법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로크는 “법의 목적은 자유를 폐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존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법을 만들 줄 아는 피조물들의 모든 국가에서는 법이 없으면 자유도 없기 때문이다. 자유는 타인의 제약과 폭력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이것은 법이 없는 곳에서는 불가능하다. 또한 그것은, 흔히 말하듯이, 모든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국왕이라도 신과 법 밑에 있다

 

일찍부터 민주주의를 확립시킨 영국은, “국왕이라도 신과 법 밑에 있다”는 헌정 원칙에 따라 법치가 잘 자리 잡은 나라로 유명하다.

다음의 이야기는 영국 사람들의 준법의식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

어느 날 영국의 수상이 타고 있는 차가 교통신호를 위반하여 교통경찰관에게 적발되었다. 경찰관이 차를 정지시키고 다가오자, 수상의 운전사가 차창을 내리고 이렇게 말했다.

 

“수상이 타고 계신 차요. 지금 회의 시간이 지났으니 어서 보내주시오.”

 

하지만 경찰관은 운전사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수상 각하는 결코 법을 어기실 분이 아닙니다. 설혹 수상 각하라 하더라도 교통신호를 위반했으면 딱지를 떼야지, 예외는 있을 수 없습니다.“


 

영국인들의 준법의식

 

경찰관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신호위반 스티커를 발부하였다. 차 안에 있던 수상은 순간 겸연쩍긴 했지만, 흔들림 없는 경찰관의 충직한 태도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그날, 바쁜 일정을 마친 수상은 교통경찰관을 치하하고자 런던 경시청장을 불렀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뒤, 그 교통경찰관을 특진시켜 주라고 지시하였다. 하지만 경시청장은 수상의 지시를 단호히 거절하였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에게 스티커를 발부하는 것은 교통경찰이 해야 할 마땅한 임무일 뿐, 그런 이유로 특진시킬 수 있는 조항은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윈스턴 처칠이 영국의 수상으로 있던 당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로, 영국이 왜 모범적인 법치국가인가에 대해 충분한 답변이 되고 있다.


 

법과 정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질서와 율법의 여신인 테미스와 신들의 왕인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디케는 왼손엔 저울을, 오른손엔 칼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저울은 공평하고 엄정한 법의 기준을 상징하고, 칼은 법 집행의 엄격함과 강력한 권위를 상징한다.

그런데 디케에겐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는 점 외에도 독특한 특징이 한 가지 더 있다. 눈이 안대로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의의 여신이 어떠한 편견이나 사사로움 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태도로 정의를 실현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래서 정의의 여신의 이름인 '디케’는 그리스어로 '법’과 '정의’를 뜻한다.

 


법 앞에서의 평등

 

그리스 신화의 영향을 받은 로마 신화에서는 유스티치아(Justitia)가 정의의 여신으로 등장하는데, 이 역시 로마어로 '정의’를 의미한다.

정의의 여신인 '디케'의 이름으로부터 법과 정의라는 말이 유래된 것처럼, 서구문화에서 법과 정의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진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빈부귀천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법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정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법이라는 원칙을 배제하고 어떤 기관이나 단체 혹은 개인이 다수결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폭력을 휘두르거나 압제를 벌이는 일이 정당화된다면 사회적 약자나 소수의 권리는 무참히 짓밟힐 수 있고,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기 쉽다.

따라서 모든 사람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칙이 존중되고, 법에 의한 지배가 지켜져야 한다.

 


법의 지배 = 법치주의

 

'법의 지배(the Rule of Law)’ 또는 '법치주의(이것은 법의 지배와 동일한 의미이다.)’만큼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여 그 진의가 상실했기 때문에 정치적 가이드로 기능할 수 없는 개념이 되어버린 예도 드물다.

더욱 더 우리를 우려하게 만드는 것은 그 개념적 혼란이 정치를 오도하여 인류를 문명의 길로 안내했던 자유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법은 “일반성, 추상성, 그리고 확실성”을 가진 정의의 규칙을 말한다.

법치주의는 이 같은 정의의 법을 집행하는 데에만 공권력을 행사할 것을 요구하는 정치적 이상이다. 정의의 법은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것, 시장질서를 보호하는 것, 이것이 법치주의가 추구하는 정치적 이상이다.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현대적 자유

 

근대의 개인적 자유는 17세기 영국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는 힘들다. 그것은 항상 그렇듯이 처음에는 의도적인 목적의 결과라기보다는 권력투쟁의 부산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점이 인식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2백여 년 동안 개인적 자유의 보존과 완성은 이 나라의 지도이념이 되었으며, 그들의 제도와 전통은 문명세계의 모델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경험은 17세기의 정치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직접적인 의미를 지닌다.

고전적 전통이 현대적인 자유의 이상에 미친 영향은 자명하지만, 그 본질은 종종 잘못 이해되고 있다. 흔히 고대인들은 개인적 자유라는 의미의 자유는 알지 못했던 것으로 간주된다.


 

법치주의는 민주주의보다 오래된 개념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 사람이 그리스에서 빌어온, 그러나 그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가 있다.

'이소노미아(Isonomia)’는 16세기말에 이탈리아에서 영국으로 수입된 단어로 “모든 종류의 사람들에 대한 법률의 평등”을 의미한다. 이 말은 그 후 리비(Livy)의 번역가가 영어식 표현인 '아이소노미(isonomy)’로 바꿔서 모두에게 공평한 법률을 지닌 국가와 행정관의 책무를 묘사하기 위해 자유롭게 사용했다.

그 말은 '법 앞에서의 평등' '법의 통치', 혹은 '법치’ 등의 말들이 그것을 대체할 때까지 17세기 내내 계속 사용되었다.
이 개념은 데모크라티아(demokratia: 민주주의의 어원)라는 말보다 더욱 오래된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통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는 그 결과들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법치주의에 대한 하이에크의 답변


법치주의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① 정의의 법 원칙
② 법질서와 경제질서의 상호의존성
③ 헌법주의(입헌주의: 정부의 권력은 헌법을 통해서 제한해야 한다는)

 

법치주의는 자생적 질서의 기초가 되는 정의의 규칙의 특성을 법 규칙에 적용한 것이다. 하이에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법치주의는 법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원칙이며 특수한 법들이 지녀야 하는 일반적 속성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법치 개념이 모든 통치행위에서 나타나는 단순한 적법성의 요구와 혼돈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의회에서 적법절차를 통해서 제정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무엇이든 법이라고 볼 수 없다. 적법절차를 거쳤다고 해도 정의의 규칙에 해당되지 않는 법은 법이라고 볼 수 없다.

 

 

법치주의의 세 가지 구성요소

 

하이에크는 자생적 질서의 기초가 되는 정의의 규칙을 법과 연관시켜서 법이 정의의 법이 되기 위한 조건을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특히 세 가지 구성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일반성, 추상성 그리고 확실성이다.

 

첫 번째, 일반성 조건은 모든 사람들의 특수한 이해관계, 다시 말하면 취향, 삶의 이상에 관하여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추상성 조건은 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나 동기를 내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세 번째, 확실성 조건은 행동규칙이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에 의해 금지되는 행동은 당사자들이 알 수 있고 확인 할 수 있는 상황과 관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건을 갖춘 것만을 법으로 인정하고 이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이 법의 지배 원칙이다. 따라서 기존의 법질서나 논쟁의 대상이 되는 법과 정책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법치주의와 경제질서의 상호의존성

 

정의의 법을 자유를 보호하는 행동규칙이라고 말한다. 그 같은 법 규칙은 소유권법, 계약법, 그리고 불법행위법 등과 같은 사법(private law)을 구성한다. 그것은 자생적 질서로서 시장질서의 기반이다. 시장경제는 사법질서를 전제하고 있고 사법질서는 시장경제를 전제한다. 시장질서의 기초가 되는 정의의 법의 확립이 법치주의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법치주의는 시장경제의 생성과 확립을 가능하게 하는 원칙이다.

법치주의에 역행하는 경제정책은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침해하고 시장경제의 기능을 해친다. 따라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자유시장의 이념은 법치주의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공공정책은 다른 분야에서와 똑같이 경제 부문에서도 법치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경제 이념은 법치주의를 경제정책에 응용한 것이다.

 

 

헌법주의를 구현하는 것이 법치주의

 

법치주의는 정의의 법이 무엇인가를 말해줄 뿐만 아니라 그것은 이 같은 정의의 규칙을 집행하는 데에만 강제권을 행사하도록 제한하려는 정치적 이상이다. 법치주의는 국가의 공권력을 제한하는 문제를 다룬다. 그래서 법치주의는 국가권력은 제한해야 한다는 헌법주의(입헌주의: constitutionalism)의 실현이다.


 

참고문헌

 

최승노 지음, 『스토리 시장경제 ② : 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 ㈜에프케이아이미디어, 2014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저, 『자유헌정론 I』, 김균 역, 자유기업센터, 1997

민경국, 『자생적 질서, 법, 그리고 법치주의』, 제도와 경제 제6권 제1호, 2012. 2

 

편집: 정재청 자유경제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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