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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 (Ⅱ) 소유와 자유

정재청 | 2014-10-31 | 조회수: 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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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박기

 

재개발이 예정되면 개발 지역의 주택이나 토지를 일부 매입하여 고의적으로 매각을 거부하거나 철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종종 발견된다. 개발업자로부터 최대한 많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일종의 방해 공작을 펼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가리켜 '알박기’라고 지칭하는데, 땅에 알을 박아 그것이 황금알로 변하기를 기다린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못박기와 재산권 보호

 

중국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가리켜 못처럼 한 가운데에 박아 놓는다는 뜻에서 '못박기’라고 부른다.

사회적으로 볼 땐 반사회적 이기주의라고 충분히 비난 받을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이러한 현상이 용인되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자본주의 사회가 되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시사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주민들의 철거 거부행위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하여 강제로 철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법 안에서 개인의 소유권(재산권)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이러한 재산권 보호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 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사유재산 제도를 기본 질서로 삼는다

 

자본주의는 대부분의 재산들을 시민들이 소유한 경제 체제를 뜻한다. 반면에, 자본주의에 대한 대표적 대안인 사회주의에선 거의 모든 재산들을 사회가 정부를 통해서 직접 소유하고 시민들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러한 공동 소유라는 형태로 간접적으로 소유한다.

개인이 인류의 기본 단위이고 경제 활동들이 개인들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재산들은 일차적으로 그것들의 형성에 공헌한 개인들이 소유하게 마련이다. 실은 소유권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누구도 자신의 힘과 시간과 돈을 들여서 재산의 형성에 착수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유재산 제도를 기본 질서로 삼는 자본주의는 자연스럽다.

 

 

결국은 자본주의로 돌아간다


반면에 사회주의는 그런 자연적 질서가 인공적 과정을 거쳐 바뀐 뒤에야 비로소 들어설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의 성립에 동원된 강제력과 자원이 줄어들면, 사회주의 체제는 이내 허물어져서, 그 사회는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간다. 자본주의가 자연스러우므로, 사회가 부를 축적해서 문명이 어느 정도 발달하면, 으레 원초적 자본주의가 나온다.

 


재산의 본질

 

정의하자면, 재산은 “소유되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자명해서 누구나 이내 동의할 만한 얘기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소유’라는 말은 언뜻 보기보다는 복잡한 개념임이 드러난다.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을 물리적으로 점유하거나 사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특정한 권리들을 지녔다는 것을 뜻한다. 실은 그런 권리들이 재산이라는 개념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런 권리들은 궁극적으로 법에 의해 규정된다. 따라서 재산은 본질적으로 법적 개념이며 법 체계 안에서만 존재한다. 엄격히 정의하면, 재산은 “한 물건에 대해 정부가 인정하거나 세운 개인들 사이의 관계들의 구도”다. 

 


소유의 역사

 

인류사상사에서 소유는 엇갈린 명성을 누려왔다. 때로는 번영과 자유로, 때로는 도덕적 부패나 사회적 불공평, 전쟁으로 동일시되었다. 대개 유토피아적 판타지는 그 비전의 핵심에 “내 것”과 “남의 것“이라는 구분의 철폐에 두고 있다. 심지어 소유를 찬성하는 많은 사상가들조차 이를 피할 수 없는 악으로 바라보곤 했다. 한편 가장 원시적 사회부터 가장 발달된 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소유권의 보편성을 보여준다. 또 소유가 존재하지 않는 공동체를 설립하려고 했던 모든 시도는, 자발적이건 강압적이건 간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소유에 대한 찬반논쟁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소유에 대한 논의는 정치학, 윤리학(도덕철학), 경제학, 심리학 등 크게 네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그런 관점은 지난 3천 년간 이어져온 소유에 대한 찬반 논쟁의 범위를 거의 포괄한다.
소유를 옹호하는 정치학 이론가들은 소유가 사회의 안정을 조장하며 정부의 권력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소유에 반대하는 정치적 주장은 소유와 반드시 동반하는 불평등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도덕주의 VS 실용주의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소유는 정당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많은 소유주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자신이 소유한 것을 얻었다면서 모든 사람에게 소유할 수 있는 동일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논리로 보면 소유는 부를 생산하는 가장 효율적 수단이다. 그러나 반대편에선 사적 이윤의 추구를 위한 경제활동이 결국 낭비적인 경쟁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심리학에서 소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소유가 개인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강화시켜준다고 말한다.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 논란은 도덕적 관점과 실용주의적 관점의 대결로 요약된다.

 


소유의 확장

 

유럽 역사에서 “초기 근대”라고 애매하게 이름 붙인 시기에 소유에 대한 태도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났다. 중세시대 말에 시작해 신대륙 발견 이후 가속화된 상업의 급격한 확장 덕분이다. 이전까지 “소유”는 본질적으로 토지를 의미했다. 토지는 주권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소유에 대한 논의는 왕권 혹은 교황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업의 발달로 유럽 일부 지역에서 소유는 점차 자본도 포함하게 되었다. 자본은 정치와의 관계에서 자유롭고 사적 자산으로 취급되어 특별한 자격조건 없이도 소유할 수 있었다. 지난 천 년 동안 이론적 논의에서 소유는 피할 수 없는 악으로 다루어졌으나 이제는 긍정적 재화로 여겨졌다. 매우 획기적인 변화였다.


 

개인주의의 출현

 

또 다른 두 요인이 소유의 발전에 기여했다.

하나는 개인주의의 출현이다. 공동체는 점차 개인으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개념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공동의 복지는 개인의 번영을 모두 합친 총계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개인의 번영은 합리적 삶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졌다.

초기 피렌체 학파로 인본주의자인 레오나르도 브루니(1370~1444)는 부자를 “고결한” 존재라고 칭송하며 활발한 공공의 삶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더 유명한 이탈리아 인본주의자인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1404~1472)는 “부르주아”의 도덕심을 선전했으며 3백 년 후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개인의 이해 추구를 인정한 스피노자

 

16세기와 17세기 문학은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개인의 이해를 추구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많은 사례를 보여준다. 스피노자 역시『윤리학』에서 이를 인정했다.

 

“개인이 자신에게 유용한 것을 추구하고, 즉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그럴 수 있다면 그는 더 많은 미덕을 갖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자신에게 소용이 있는 것을 무시한다면··· 그는 권력을 탐하게 된다.”


 

개인의 자유와 위엄을 보장하기 위한 전제조건

 

이탈리아에서 상업활동이 융성하기 시작했지만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은 자본주의를 정당화해줄 경제교리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알베르티의 가족에 대한 뛰어난 논고에서 상업의 발달이 가져온 태도의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대화형식으로 쓴 그의 논고는 (정직하게 얻은) 물질적 번영을 미와 동일시했다. 대담자인 잔노초는 제조업과 무역으로 돈을 벌어 도시나 시골에 멋진 집을 사는 사람들을 칭찬했다. 부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은 가족의 행복에 필수적이며 명성을 가져다 주고 국가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부는 개인의 자유와 위엄을 보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비록 반대는 있었지만 소유와 부에 대한 이 긍정적 시각은 17세기와 18세기 서양사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로크의 소유 개념

 

로크의 저서 『정부론 2편(Two Treatise of Government)』 은 모든 정부의 원천이자 존재이유로서 소유를 조명하고 있다. 로크는 물질적 소유의 근원이 노동에 있다는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이는 주민들이 주로 자작농, 장인, 소매상인들로 구성된 국가에 매우 매력적인 개념이었다. 로크에 따르면 소유는 개인이 어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객체에 노동을 적용할 경우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소유”한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으며 이를 더 확장할 경우 우리가 생산한 모든 것을 소유하기 때문이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소유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언을 빌려 로크는 “나는 존재한다, 고로 소유한다”고 말했다. 즉 나는 나 자신을 소유하며 여기서 나 자신이란 내가 창조한 모든 것을 말한다. 즉, 우리의 기본적 소유는 우리 자신, 다시 말해 우리의 인격과 육체라는 개념은 소유가 반드시 자유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은 곧 우리가 우리 자신의 '소유’라는 뜻으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는 자유를 의미한다.

 


공리주의의 등장


18세기 말에 소유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등장했다. 왕권에 대항해 자연법 이론에 의존했던 영국 자유주의자들은 일부 급진적 프랑스 철학자들이 이 이론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결과 일부 자유주의자들은 공리주의(功利主義/utilitarianism: 효용주의)적 주장으로 소유를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이들에 따르면 소유의 도덕적 결함에 상관없이 소유는 그 어떤 다른 대안보다 선호된다. 왜냐하면 사회 전반의 번영을 가져다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의 선두에는 데이비드 흄이 있었다.

 

 

소유에 대한 흄의 답변


흄은 소유를 사람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존경하는 단순한 “약속”이라고 묘사했다. “인간의 소유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서 그는『도덕·정치 논집』에서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무엇이든 인간에게 합법적이며 그 혼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규정으로 우리는 이를 구분할 수 있는가? 여기서 우리는 법령, 관습, 전례, 유추, 그리고 백 가지가 넘는 다른 상황들에 의존해야만 한다. 이 중 어떤 것은 지속적이며 바뀌지 않고, 다른 것은 변화하고 임의적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모든 것이 결국 끝나는 지점은 인류사회의 이익과 행복이다.”

 


소유에 대한 스미스의 답변

 

“이익과 행복”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였던 애덤 스미스가 대답해주었다. 스미스가 보기에 사적 소유는 생산성을 강화함으로써 그 가치를 증명했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그는 『국부론』에서 노예노동이 너무 비싸서 엄두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무 재산도 얻을 수 없는 사람은 가능한 실컷 먹고 가능한 한 적게 일하려는 것 이외에 이익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2백 년 후 소유를 도덕적 논리로 정당화하는 게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이 공리주의적 주장은 대부분의 경쟁이론들을 물리쳤다.

 

 

산업혁명과 기술혁신

 

산업혁명은 18세기 중엽부터 19세기 중엽에 이르는 약 100년의 기간 동안 영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기술적·조직적·경제적·사회적 변화를 지칭하는 용어다. 영국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산업혁명은 '혁명’이라는 표현 그대로 전 세계에 걸쳐 실로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게 된 까닭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와 관련하여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요인들이 제기되었는데, 그 중 기술혁신이 가장 커다란 요인으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영국에서 기술혁신을 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까닭도 함께 밝혀낼 수 있다

 


재산권 보호로 대박 터트린 나라, 영국

 

사실 산업혁명기의 과학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여 기술의 발전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실제로 기술혁신을 선도한 제임스 와트, 리처드 트레비식, 조지 스티븐슨 등도 처음부터 연구기관에 있었던 과학자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학교에 다닌 적이 한 번도 없거나 기초 교육만 겨우 받은 기계공 출신들이었다. 산업현장에서 기술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그들 자신이 가장 절실히 느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체험으로 기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영국에서는 재산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했는데, 이에 따라 산업재산권인 특허권이 보장되면서 기술혁신이 더욱 촉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재산권 제도의 확립이 선진국의 조건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영국처럼 재산권이 확립되지 않았고,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제활동도 보장되지 않았다. 특히 교육과 산업, 무역 등 당시 프랑스 정부는 사회의 모든 분야를 통제하고 간섭하였다. 바로 이러한 차이가 프랑스가 아닌, 영국을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이끌었던 이유다. 영국뿐 아니라 모든 선진국의 발전은 재산권 제도 확립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서 오랫동안 자리매김하고 있는 미국 역시 재산권 보호가 매우 잘 되어 있는 나라이다.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관해서도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 제도를 확립해 놓았고, 이는 벤처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참고문헌

 

최승노 지음, 『스토리 시장경제 ② : 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 ㈜에프케이아이미디어, 2014
복거일 지음,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삼성경제연구소, 2005
리처드 파이프스 지음, 『소유와 자유』, 서은경 옮김, ㈜나남, 2008

 

편집: 정재청 자유경제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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